'시'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06.07.29 [시] 이상-거리
  2. 2006.07.02 [시] 손톱-전윤호
  3. 2006.06.13 [시] 참회록-윤동주
  4. 2006.06.02 [시] 시인 학교-김종삼
  5. 2006.03.10 [시] 먼 곳에서부터-김수영
  6. 2006.02.10 [시] 2월 - 이외수

[시] 이상-거리

취향대로 2006. 7. 29. 12:10 posted by 파란수
    <거 리>
-여인이 출분한 경우-

                                                                      이상

백지위에한줄기철로가깔려있다이것은식어들어가는마음의도해다
나는매일허위를담은소포를발신한다명조도착이라고또나는나의
일용품을메일소포로발송하였다나의생활은이런재해지를닮은거리를
점점낯익어갔다



황폐해진 거리가 있어요. 실연으로 상처를 입은 한 사람이 서 있고요.
그리고 거리를 떠날 수 있는 한줄기 철로가 깔려 있는데도 이 철로를 따라 어디론가 갈 수가 없어요.
이건 살아있는 철길이 아니라 식어들어가는 마음의 지도이자 해답이거든요.
이 철길이 고통의 해답이예요. 근데도 이 사람은 철길을 따라 어디론가 가지 않고 내일 도착한다는 내용의 소포만 보내요.
근데 이건 거짓말이예요. 이 사람은 어디론가 갈 생각조차 없어요.

하지만 떠나야한다는 건 알아요. 그래서 생활용품도 소포에 보내요.
그러다보니 정작 이곳에는 아무것도 안 남았어요. 모두다 보내버렸거든요.

거리는 점점 더 황폐해져요.

근데도 못떠나요.

 




TAG

[시] 손톱-전윤호

취향대로 2006. 7. 2. 13:30 posted by 파란수
< 손 톱 >
                                                       -전윤호

나 같은 얼간이에게

사랑은 손톱과 같아서

너무 자라면 불편해진다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웃자란 손톱이 불편해 화가 난다

제 못난 탓에 괴로운 밤

죄 없는 사람과 이별을 결심한다

손톱깎이의 단호함처럼

철컥철컥 내 속을 깎는다

아무 데나 버려지는 기억들

나처럼 모자란 놈에게

사랑은 쌀처럼 꼭 필요한 게 아니어서

함부로 잘라버린 후

귀가 먹먹한 슬픔을 느끼고

손바닥 깊숙이 파고드는 아픔을 안다

다시 손톱이 자랄 때가 되면

외롭다고 생각할 것이다

맨 끝 두행..
맘에 안 든다.
TAG

[시] 참회록-윤동주

취향대로 2006. 6. 13. 16:09 posted by 파란수
<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滿)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만 이십사년 일개월이 되면 그 날 이 시를 읽겠다고 다짐헸다.
넘어버렸다. 이런.
TAG

[시] 시인 학교-김종삼

취향대로 2006. 6. 2. 21:03 posted by 파란수
<시인 학교>
                                 -김종삼

공고

오늘 講師陣(강사진)

음악 부문
모리스·라벨

미술 부문
폴 세잔느

시 부문
에즈라 파운드
모두
결강.

金冠植(김관식),
쌍놈의 새끼들이라고 소리지름.
持參(지참)한 막걸리를 먹음.
교실내에 쌓인 두터운 먼지가 다정스러움.
金素月(김소월)
金洙暎(김수영) 休學屆(휴학계)
全鳳來(전봉래)
김종삼 한 귀퉁이에 서서 조심스럽게 소주를 나눔. 브란덴 브르크
협주곡 제 5번을 기다리고 있음.

校舍(교사)
아름다운 레바논 골짜기에 있음.


지참한 막걸리를 먹음..
좋다.
TAG

[시] 먼 곳에서부터-김수영

취향대로 2006. 3. 10. 22:02 posted by 파란수
<먼 곳에서부터>
                                                -김수영

먼 곳에서부터
먼 곳으로
다시 몸이 아프다

조용한 봄에서부터
조용한 봄으로
다시 내 몸이 아프다

여자에게서부터
여자에게로

능금꽃으로부터
능금꽃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이 아프다
TAG

[시] 2월 - 이외수

취향대로 2006. 2. 10. 22:55 posted by 파란수
< 2 월 >
                                                  - 이외수

도시의 트럭들은 날마다 살해당한
감성의 낱말들을 쓰레기 하치장으로 실어나른다
내가 사랑하는 낱말들은
지명수배 상태로 지하실에 은둔해 있다

봄이 오고 있다는 예감
때문에 날마다 그대에게 엽서를 쓴다
세월이 그리움을 매장할 수는 없다

밤이면 선잠결에 그대가 돌아오는
발자국 소리
소스라쳐 문을 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뜬눈으로 정박해 있는 도시
진눈깨비만 시린 눈썹을 적시고 있다

포항에 있을 때에도 눈이 왔었다. 아주 큰 함박눈. 포항에서는 드문 날씨.
하지만 눈이 그치자 금새 녹아버려 처마에, 나무에 쌓인 눈들이 뚝뚝 비처럼 떨어졌다.
겨울이 가기 전에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바다를 보고 싶었는데.

봄이 오고 있다는 예감. 눈 내리는 바다는 아주 오랜 기간 볼 수 없을 거라는 예감.
편지를 쓰고 싶었다. 여기는 포항이고 나는 겨울 바다를 봤습니다. 아직은 봄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철소는 계절에 상관없이 푹푹 연기를 뿜어내고..
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