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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뺑소니 사고

그냥잡담/그럭저럭일상 2008. 7. 4. 02:28 posted by 파란수
이청준의 단편 소설들을 읽고 있는 중이다. 어제는 <뺑소니 사고>라는 단편을 읽었는데 내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있었다.
그것은 사실에 대한 봉사는 될 수 있을 망정 진실에의 봉사는 아니었다.
s일보 기자인 배영섭이 양진욱에게 설득당하고 나서 중얼거린 독백이다.
배영섭의 딜레마는 이것이었다. 14년전, 자유당이 3.15 부정선거를 치르고 사람들은 구심점 없이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저 술렁거리고만 있을 때, 부패한 정권에 저항하여 단식하던 일파 선생이 한 고등학교에서 연설 중에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불씨가 되어 학생들을 시작으로 시민들이 항거하기 시작했다. 결국 자유당 정권은 종말을 고했다.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이것은 소설 속 내용이다.)그런데 문제는 일파 선생이 단식을 하는 척만 했지 실제로는 조금씩 음식을 먹었다는 것을 배영섭은 알아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에 접근한 순간, 후에 일파사상연구회의 회장이 되는 양진욱에게 설득당하고 만다. 양진욱은 거짓 단식을 밝혔을 때 가져올 사회적 파장에 대해, 그리고 나아가 역사의 수레바퀴 방향에 대해 책임질 수 있겠냐고 으름장을 놓음으로써 배영섭을 설득했다. 그리고 14년이 흐른 것이다.
선생이 거짓 단식 투쟁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은 아니다. 역사에 대한 진실은, 자유당 정권이 부패했고 부패한 정권은 퇴진시켜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우연히 그 원동력을 일파선생이 제공했지만, 그 단식이 거짓이라고 정권부패도 거짓은 아니라는 것이다.

맞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몇주전 방송된 PD 수첩에서 자신들이 유도한 결론으로 끌고 가고자 의도된 오역으로 점철된 방송을 했다고 들었다. 나도 그 방송을 봤다.
그건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 역시 역사에 대한 진실은 아니다. PD 수첩이 광우병에 대해 왜곡된 보도를 했다고 우리 정부의 미국 소고기 수입에 대한 태도가 올바르다고 얘기할 수는 없고, 화난 민심을 물대포로 다루는 정부를 잘했다고 할 수도 없다. 어쩌면 PD 수첩은 우연히 촉발시키는 역할을 했을 뿐, 애초부터 시민들을 '조종할 수 있는 힘'은 없는 것이었다.

약간의 사실을 가지고 진실을 어찌할 수 있으리라 할 수 있는 것은 착각이다. 이것은 진실을 따라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도 적용된다.
양진욱에게 설득당했던 배영섭은 14년이 지난 후 순수하게 사실을 알리는 측면에서 기사를 쓰고자 하지만 거짓 단식에 대한 기사를 쓰기 직전, 결국 뺑소니에 치어 죽고 만다. 소설 속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양진욱에게 살해당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 양진욱은 배영섭이 알고 있는 사실이, 자신이 추구하는 진실에 흠집을 낼까 두려워했다. 양진욱이 행한 행동 또한 어리석은 짓이다. 사실을 사실로써 받아들이지 못하고 확대해석해 버렸으며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의적 해석을 한것이다.
사실을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다고 은폐해버리거나, 혼자 독점하려 하면 안된다. 사실은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된다.  의도된 오역? 감춰야할 것이 아니다.사과방송하고 끝내면 된다.  검찰이 수사?방송 폐지? 그렇게 확대해석하여 시간낭비할 일도 아닌 것이다. 사실 하나하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사실과 진실을 보는 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우리가 볼 것은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