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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없는 이야기

꽃다발

파란수 2022. 2. 10. 02:14

집 안에 꽃향기가 가득하다.
졸업식 덕분에 산 꽃다발 때문이다.근처 꽃집에서 급하게 산 꽃다발의 꽃이 금세 시들시들해져서인지 남편은 비싸게 샀는데 꽃이 싱싱하지 않다며 투덜댔지만 나는 향이 마음에 들었다.그리고 조금 시들어도 예쁘잖아.

코로나 때문에 학부모는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대신 졸업식 3일 전 학교를 개방해서 졸업가운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학교에서 배려해주었다. 내가 졸업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진을 찍으니까 뭐 블라우스 같은 걸 입어야 할까.근데 이맘 때 입을만한 블라우스는 한벌 뿐인데.나는 10년도 전에 있었던 내 졸업식 때 입었던 옷을 꺼내입었다.아 좀 작네..하지만 잠겨!

아이는 바지가 크다고 성화다.어제도 입었던 바지가 갑자기 커질리가 없는데.다른 바지 빨아서 없는데 뭐 어떻게 하나 할 수 없지.운동하는 거 아니니까 대충 입으라고 했다.다행히 많이 짜증부리지 않고 옷을 입었다. 졸업가운을 입으니 가운의 어깨부분이 조금 부풀어서 그런가 어깨가 딱 벌어진 어른 같았다.물론 키는 작지만.그래도 나보단 큰데..?많이 컸구나..난 왜 아직도 작지.

학교에는 다른 아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마스크를 쓴 채 졸업식 같지 않은(물론 졸업식이 아니다)한산한 학교에서 찍고있지만 뭐가 그리 좋은지 팔짝팔짝 뛰며 찍는다.마치 모델인양 연속으로 포즈를 바꿔가며 찍기도 하고. 나도 내 초등학교 졸업식이 생생한데. 당시 넥타이를 매는 게 유행이라,청남방에 아빠 넥타이를 맨 말도 안되는 패션을 한 채 운동장에서 만나는 애들마다 둘이 혹은 여럿이 정신없지 사진을 찍었지. 아이 기억 속엔 초등학교 졸업식이 어떻게 남을까. 마스크?헐렁한 바지?더이상 사진 찍기도 싫은데 계속 찍으라고 하는 어른들?뭐가 됐든 이젠 다시 오지 않을 기억 속으로 남겠지.오늘 느꼈던 감각이 그대로 남아있기도,덧칠하기도 하면서.

밤이 되니 꽃향기가 더 짙어지는 것 같다.